밤새도록 수고하였어도 물고기 한 마리도 잡지못한 베드로에게 주님이 찾아오셨다. 주님은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나가, 그물을 내려서, 고기를 잡아라.”라고 말씀하셨다. 베드로는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그물을 내린다. 그리고 베드로가 헛탕을 쳤던 그 동일한 바다에서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물고기를 잡는다. 그 때에 베드로는 바닥에 엎드려 “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 이로소이다!” 울며 참회한다.
무엇이 베드로의 마음을 이렇게 진동하듯이 만져서 그로 하여금 예수님을 두려움과 경외감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죄를 처절하게 직면하면서 회개하게 되었을까?
어릴적 한 기억이 떠오른다. 친구들과 항상 지나가는 길목 옆 한 담장 너머로 뻗어나온 가지에 탐스럽게 잘익은 자두가 당알 당알 열려 있었다. 나는 친구와 함께 그 가지에 달린 자두를 서리하기로 마음을 먹고 친구는 몸을 굽혀 밟고 올라갈 지지대를 만들고 나는 그 친구의 등판을 올라 타고 열심히 손을 뻗어 자두를 따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그다지 높이 매달려 있지 않은 것 같았던 자두가 간당 간당 손끝에 닿기만 하고 자두를 따기에는 역부족이 것이다. 친구는 아래에서 신음하면서 끙끙대고 나는 자두를 따기 위해 발꿈치를 들었다 내렸다하며 힘을 다했지만 딸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때 그 담장 반대쪽에서 주인집 딸이 얼굴을 불쑥 내미는 것이다. 우리는 깜짝 놀라 그대로 꼬끄라져서 넘어지고 말았다. 그런 우리를 바라보며 그 주인집 딸은 두 손에 가득한 자두를 우리에게 건내주며 “ 자! 이거 먹어!” 라고 말하였다. 그 주인집 딸의 호의와 사랑으로 베푼 그 자두를 받으며 나는 호되게 혼난 것 보다 더 심한 일종의 수치감이 마음 속에서 올라왔다. 그것은 남의 것을 탐했던 나의 마음이 자신의 것을 후하게 내어주는 그 아이의 마음과 직면 했을 때 올라오는 나 자신에 대한 깊은 실망감 같은 것이었다.
말씀이 우리 마음에 찔림을 주어 우리가 스스로 갈망하며 하나님 앞에 참된 회개로 나아갈 때에도 있지만 때로 잘못된 줄 알면서도 그릇 행하고 번번히 미끄러지듯히 주님께 내놓을 아무것도 없고 주님께 무엇을 받을 만한 아무런 자격이 없는 우리에게 한없이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변함없는 은혜와 사랑에 너무나도 감격하여 부끄러운 우리 자신을 처절히 직면하고 회개하게 되는 때도 있는 것 같다.
거룩하신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분 앞에 얼마나 죄된 자인지 직면해야 하고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의 우리의 죄가 인정되어지고 고백되어지는 참된 회개라는 문을 통과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 자신을 하나님의 빛 아래 조명하는 그 일조차 하나님의 만지심의 섭리속에 있음을 본다. 우리 내면에 길을 아시는 하나님! 그분께서 우리를 만지시고 다루어 가시는 방식은 항상 신비롭고 때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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